"탈출 시민들과 총소리, 전쟁 상황" 주아프간 대사가 전한 '탈출작전'

입력 2021-08-18 17:38   수정 2021-08-18 17:59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 마지막까지 남아 교민 1명의 탈출을 도운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가 “탈주하려는 아프간인들이 모여들고 총소리가 계속 나는 전쟁같은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현지에 끝까지 남아있던 교민 1명과 그를 돕던 대사관 직원 3명은 우방국의 도움으로 지난 17일 모두 안전하게 아프간을 벗어났다.
최 대사, 카타르서 화상 브리핑 "양복 못 챙겼다"
현재 카타르 임시 공관에 머물고 있는 최 대사는 18일 취재진과의 화상브리핑에서 “(카불이 함락된) 15일 군공항에는 다른 국가 대사관 직원들이 탑승 수속을 계속하고 떠나는 상황이 지속돼 대부분 직원들을 국외로 철수시키고 저를 비롯해 3명이 남아 (끝까지 남은) 교민의 철수를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평상복 차림으로 브리핑을 진행한 최 대사는 “미처 카불에서 양복을 가져오지 못했다”며 “(공항으로 이동하는) 헬기에 타려면 가방이 가로·세로·높이(30x30x20㎝)가 제한돼 필수 물품만 챙겼다”고 말했다.

최 대사가 전한 아프가니스탄 탈출기는 지난 15일 오전(현지시간)부터다. 당일 외교부 본부와 화상회의를 하던 중 대사관을 지키는 경비업체로부터 탈레반 부대가 대사관에서 차량으로 20분 떨어진 장소까지 진입했다는 보고를 접했다. 최 대사는 곧바로 평소 친분이 있던 우방국 대사들과 전화통화로 급박한 당시 상황에 대해 파악한 뒤 바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최 대사는 “철수 결정이 난 뒤 모든 직원들이 기본 매뉴얼에 따라 대사관 문서와 보안 자료들을 파기하고 철수를 위해 차량으로 5분 거리의 우방국 대사관으로 이동했다”며 “우방국 대사관에서 군공항까지는 헬기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남은 현지 교민 1명 출국 설득
대사관 직원들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현지에 남아있던 교민 A씨의 탈출을 설득했다. 당시 카불 군공항 내에 있던 A씨는 군공항으로 급히 이동한 대사관 직원들이 찾아가 설득했지만 끝내 철수를 거부했다.

최 대사는 “1차 설득에서도 사업을 정리해야 하니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해 설득에 나섰던 직원들이 결국 돌아오게 됐다”며 “다른 국가 대사관 직원들이 탑승 수속을 하고 떠나는 상황이 계속돼 이 분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대부분의 직원을 국외로 철수시키고 나를 비롯해 총 3명의 직원이 남아 마지막 교민의 철수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본부에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 대사 일행의 마지막 탈출 직전, 우방국에 의해 비교적 통제되던 군공항조차 상황이 매우 급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사는 “(15일) 오후 5시경 (1차 철수) 대사관 직원들이 탑승 수속을 모두 끝내고 순서가 돼 군용기를 타러 이동하고, 남은 직원들이 (A씨를) 설득하러 이동하던 중 공습 경보가 울렸다”며 “긴급히 옆 건물로 대피하고 항공기에 탑승해있던 직원들도 대합실로 다시 돌아와 한 시간 정도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도) 1차 설득했을 때는 (그 분도) 알아서 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은데 오후 내내 상황이 진행되는 것 보고 다른 직원들이 다 철수하는 걸 보고도 (자신의 설득을 위해) 온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15일 저녁부터는 카불 공항의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현지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민간 공항으로 몰려든데 이어 군공항으로까지 넘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최 대사는 “15일 저녁부터 민간공항 지역으로 군중들이 넘어오고 민항기에 매달려 있던 상황”이라며 “이들 중 일부는 총기도 소지하고 있어서 15일 저녁부터는 총소리도 들리고 우방국 헬기가 공항 위를 맴돌면서 상황 경계도 했다”고 말했다.
최 대사, 16일까지 현지 주요국 대사관회의 참석
최 대사를 비롯한 우리 외교관 3명은 A씨의 16일 탑승 수속을 도와주고도 같은 군용기에 탑승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세 차례에 걸쳐 열린 주요국 대사관들과의 현지 상황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16일 오전부터 군중들이 군 활주로로 넘어오며 군용기들의 운항이 전부 취소되며 A씨의 출국도 무한정 대기하게 됐다. 17일 새벽부터 현장 정리가 되며 군용기의 운항이 재개됐고 A씨는 결국 대사관 직원 3명과 같은 군용기에 탑승해 이동하게 됐다.

최 대사는 “(A씨와) 같이 출국하는 게 좋겠다 싶어 본부의 허가 승인을 받고 새벽 3시 경에 이 분과 함께 군용기를 타고 아프간에서 나오게 됐다”며 “이 군용기는 우방국에서 운용하는 큰 수송기로, 오래 전에 배를 타듯이 오밀조밀 바닥에 몰려 앉아 탑승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수송기 탑승자 대부분은 미국인으로 아프간인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군용기에 탑승한 아프간인 대부분은 공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거나 우방국 대사관과 친한 등 현지 상황을 파악해 올 수 있었던 일종의 ‘백’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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